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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2일/심리상담

상담실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 울음을 바라보는 상담사의 시선

상담 중 터진 눈물이 부끄럽고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울음이 덜 아프게 흐르는 조건과 상담사가 지키는 자리를 함께 살펴보는 글. 박사 김기현.

#심리상담#마음건강#울음#카타르시스#감정표현

상담실에서 흐르는 눈물은 서둘러 멈춰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곁에 있는 사람과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있으면 울음은 조금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상담을 앞둔 분들께 자주 듣는 걱정이 있습니다. '상담하다가 울음이 터져서 멈추지 않으면 어쩌죠?' 이너프심리상담센터를 찾는 분들 가운데에도 첫 회기에 휴지부터 찾으며 연신 사과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귀한 시간을 울기만 하다 보내는 건 아닌지, 상담사가 곤란해하지는 않을지 마음이 쓰이는 거죠. 그 걱정 안에는 상담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들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울면 후련해진다는 익숙한 믿음을 연구가 어떻게 바라보는지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이어서 눈물이 덜 아프게 흐르는 조건과 우는 동안 상담사가 마음에 두는 것, 울음이 길어질 때 해볼 수 있는 것을 차례로 나누겠습니다. 상담을 시작한 뒤로 눈물이 부쩍 늘어 걱정이라면 상담 초기에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를 다룬 글도 함께 읽어 보세요.

울면 후련해진다는 믿음

여러분도 이런 말엔 익숙할 거예요.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이 믿음을 가리키는 오래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카타르시스(Catharsis). 카타르시스는 쌓인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면 마음이 씻기듯 가벼워진다는 생각을 의미합니다. 말이 좀 어렵죠? 꽉 찬 풍선에서 바람을 빼듯 눈물로 마음의 압력을 낮춘다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그런데 연구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슬픈 영상을 보며 운 사람들을 살펴본 한 연구에서는 우는 동안 몸이 차분해지기보다 오히려 더 바짝 긴장하는 쪽으로 반응했습니다.¹ 울고 난 뒤의 기분을 시간 순으로 살핀 연구도 있어요. 울음 직후에는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중에는 울기 전보다 나아진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² 울음에 몸을 스스로 달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근거들을 한데 모아 살핀 연구도 있습니다.³ 그러니 울고 나서 바로 개운하지 않아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눈물은 마음을 한 번에 비워내는 버튼이라기보다 천천히 잦아드는 물결에 더 가까울 수 있거든요.

눈물이 덜 아프게 흐르는 조건

상담을 하다 보면요. 같은 눈물이라도 어떤 분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시간이 되고, 어떤 분에게는 더 무거운 기억으로 남는 걸 봅니다. 심리학자 로렌 빌스마(Lauren Bylsma) 연구팀(2008)은 여러 나라 대학생들에게 최근 울었던 경험과 그 뒤의 기분을 물었습니다.⁴ 울고 나서 나아졌다는 답은 곁에서 위로를 받았거나 울게 된 일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경우에 더 많았어요. 반대로 우는 동안 부끄러움을 크게 느낀 경우에는 나아졌다는 답이 줄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을 살핀 연구도 있습니다. 우는 사람을 본 이들은 그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를 더 건네겠다고 답했어요. 다만 같은 연구에서는 우는 사람을 덜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반응도 함께 나타났습니다.⁵ 눈물은 어쩌면 혼자 감당하기 버거우니 곁에 있어 달라는, 말보다 먼저 나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상담실은 그 신호를 받아 줄 사람이 이미 마주 앉아 있는 곳이에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고 함께 이해해 볼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상담실의 눈물은 조금 덜 아프게 흐를 수 있습니다.

우는 동안 상담사가 마음에 두는 것

상담실에서 만난 한 분은 첫 회기에 자기 이야기를 꺼내다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눈물을 닦으며 "죄송해요,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요." 하고 몇 번이나 사과했어요. 회기를 마칠 무렵에는 "아까운 시간에 울기만 했네요." 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동안 얼마나 오래 눈물을 참아 왔는지가 그 울음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니까요. 몇 회기가 지난 뒤 그분은 "여기서는 울어도 되는구나 싶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우는 분 앞에서 상담사는 울음을 서둘러 그치게 하려 하지 않습니다. 휴지를 건네고 숨이 고를 때까지 기다리며 말이 없어도 괜찮다는 걸 표정으로 전하려 해요. 눈물 한 장면만 보고 그분의 상태를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언제 눈물이 났는지, 어떤 말 앞에서 목이 메었는지, 울고 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천천히 함께 살피는 편이에요. 저도 사람이라 같이 마음이 먹먹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눈물의 이유를 대신 풀어 드리기보다 그 눈물이 하고 싶은 말을 그분이 먼저 알아차리도록 곁을 지키려 합니다.

울음이 길어질 때 해볼 수 있는 것

막상 울음이 길어지면 당황스럽고 마음이 급해지죠. 억지로 그치려 애쓰기보다 그 시간을 편하게 지나가는 쪽에 마음을 두어 보세요.

세 가지를 살펴볼게요.

하나, 말이 나오지 않으면 손짓이나 짧은 한마디로 먼저 알려 주세요. '잠깐만요' 한마디면 충분합니다. 상담사는 그 신호를 받고 기다릴 수 있어요.

둘, 울면서 말해도 되고 말없이 울기만 해도 괜찮습니다. 목소리가 떨리고 말이 띄엄띄엄 나와도 상담사는 그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왜 우는지 몰라도 괜찮고, 이유는 나중에 천천히 찾아도 됩니다.

셋, 회기를 마치기 전에 숨을 고를 몇 분이 필요하면 상담사에게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마음을 추스른 뒤 상담실을 나서도 늦지 않아요. 울고 난 날 유난히 지친다면 상담 후 피로감에 관한 글도 함께 읽어 보세요.

마무리하며

눈물이 멈추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은 그만큼 오래 참아 왔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울고 나서 바로 후련하지 않아도 괜찮고, 눈물이 길어져도 그 시간은 헛되지 않아요. 앞의 연구들이 짚었듯 눈물은 곁을 지키는 사람과 부끄럽지 않은 자리를 만날 때 조금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습니다. 상담실은 그 자리를 함께 지키는 곳이에요. 혼자 삼켜 온 눈물만큼 여러분은 이미 많이 애쓰며 살아오셨습니다. 잠시 기억해 보세요.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참고문헌

  1. Gross, J. J., Fredrickson, B. L., & Levenson, R. W. (1994). The psychophysiology of crying. Psychophysiology, 31(5), 460-468. https://doi.org/10.1111/j.1469-8986.1994.tb01049.x
  2. Gračanin, A., Vingerhoets, A. J. J. M., Kardum, I., Zupčić, M., Šantek, M., & Šimić, M. (2015). Why crying does and sometimes does not seem to alleviate mood: A quasi-experimental study. Motivation and Emotion, 39(6), 953-960. https://doi.org/10.1007/s11031-015-9507-9
  3. Gračanin, A., Bylsma, L. M., & Vingerhoets, A. J. J. M. (2014). Is crying a self-soothing behavior? Frontiers in Psychology, 5, 502. https://doi.org/10.3389/fpsyg.2014.00502
  4. Bylsma, L. M., Vingerhoets, A. J. J. M., & Rottenberg, J. (2008). When is crying cathartic? An international study. Journal of Social and Clinical Psychology, 27(10), 1165-1187. https://doi.org/10.1521/jscp.2008.27.10.1165
  5. Hendriks, M. C. P., Croon, M. A., & Vingerhoets, A. J. J. M. (2008). Social reactions to adult crying: The help-soliciting function of tears. The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48(1), 22-42. https://doi.org/10.3200/SOCP.148.1.22-42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상담사와 함께 정리해보세요.


본 글은 정보 제공 및 교육 목적입니다. 개별 사례의 의학적·심리학적 진단 또는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 상황은 전문가의 직접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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