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뒤 일상 복귀가 버거운 것은 게을러져서가 아닙니다. 몸과 마음이 아직 이전의 속도를 되찾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긴 명절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을 앞둔 무렵이면 이너프심리상담센터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며칠을 분명히 쉬었는데 몸은 오히려 더 무겁고 알람이 울려도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일어났다고 하세요. 책상 앞에 앉아도 머리가 좀처럼 돌아가지 않아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는 분도 계십니다. 흔히 명절 후유증이라고 부르는 이 무거움은 생각보다 많은 분이 말없이 겪고 지나가는 일이에요. 저는 이 무거움을 쉬는 동안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애써온 흔적이라고 봅니다.
명절을 앞둔 마음의 경계는 지난 글에서 나눴는데요. 이번에는 연휴가 끝난 자리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쉬고 왔는데도 왜 더 지치는지를 살펴보고, 몸의 시계가 어긋나는 원리와 휴식의 효과가 오래가는 조건을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복귀 첫 주에 해볼 만한 작은 루틴 세 가지를 나누려 해요. 빨리 돌아오는 요령보다는 여러분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데 보탬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쉬고 왔는데 더 지치는 마음
상담을 하다 보면요. 연휴가 끝난 뒤 쉬고 왔는데 왜 더 지쳐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사실 명절은 이름만 연휴일 때가 많습니다. 먼 길을 오가는 운전, 끼니마다 차리고 치우는 일,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사이에서 표정을 고르는 일까지 쉼 없이 이어지니까요. 그러니 연휴 끝에 남는 것이 회복이 아니라 또 다른 피로라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제대로 쉰 휴가라 해도 그 효과가 오래 머무르지는 않습니다. 휴가의 효과를 다룬 연구 일곱 편을 모아 분석한 결과 휴가는 건강과 안녕감에 작은 크기의 긍정적 효과를 보였지만, 그 효과는 일터로 돌아간 뒤 머지않아 옅어졌습니다.¹ 쉬었는데 금세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여러분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뜻이죠. 그런데도 우리는 '나만 왜 이렇게 느리지?' 하며 자신을 탓하곤 합니다.
상담실에서 만난 한 분은 연휴가 끝난 첫 주 내내 스스로를 다그쳤다고 하셨습니다. 동료들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해내는데 자기만 한참 뒤에서 헛돌고 있는 기분이었다는 거예요. "다들 멀쩡한데 저만 고장 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분은 연휴 내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느라 제대로 누워본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쉬지 못한 채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것이었죠.
몸의 시계와 달력의 시계
연휴 뒤의 무거움에는 마음의 사정뿐 아니라 몸의 사정도 섞여 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날이 며칠 이어지면 몸 안의 시계도 그 시간표를 따라 조금씩 뒤로 밀려납니다. 그런데 달력은 월요일이 되자마자 원래의 출근 시간을 요구하죠. 몸은 아직 연휴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데 일정만 먼저 돌아와 버린 셈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에 다녀오면 시차 때문에 며칠 동안 멍하잖아요. 그렇다면 비행기를 타지 않았는데도 생기는 시차는 무엇일까요? 연구자 마크 비트만(Marc Wittmann)과 동료들(2006)은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사이, 사회의 시간과 몸의 시간 사이에 생기는 어긋남을 사회적 시차(Social jetlag)라고 불렀습니다.² 말이 좀 어렵죠? 쉽게 말하면 몸의 시계와 달력의 시계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 상태예요. 원래는 평일과 주말 사이에 벌어지는 잠의 차이를 설명하려고 붙인 이름인데 며칠씩 이어진 연휴 뒤라면 그 차이가 한층 더 벌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연휴 내내 새벽 두세 시에 잠들었다가 첫 출근 날 아침 여섯 시에 몸을 일으켜야 합니다. 반대로 어떤 분은 연휴 중에도 평소 일어나던 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죠. 같은 날 출근해도 두 사람이 느끼는 월요일의 무게는 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첫 출근 날의 멍함을 의지가 약한 탓으로만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이 시차를 건너오는 중이라고 여겨주셔도 괜찮아요.
휴식의 효과가 오래가는 조건
연휴가 끝나면 우리는 흔히 이런 다짐부터 합니다.
충분히 쉬었으니 이제 밀린 만큼 달려야지.
그런데 이 다짐이 오히려 회복을 더 빨리 닳게 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1년 조직 행동 분야의 한 학술지에 실린 연구는 교사 131명에게 휴가 전에 한 번, 휴가 뒤에 세 번 설문을 받아 변화를 따라갔습니다.³ 휴가를 다녀온 뒤 일에 대한 몰입은 의미 있게 높아지고 소진감은 의미 있게 낮아졌지만, 이 좋은 변화는 한 달 안에 사라졌어요. 눈여겨볼 대목은 그다음입니다. 복귀한 뒤 일의 요구가 많을수록 효과가 더 빨리 사라졌고, 퇴근 뒤 여가 시간에 긴장을 풀고 쉬는 경험이 많을수록 효과가 더 오래 이어졌거든요.
왜 그럴까요? 일의 부담이 클수록 퇴근한 뒤에도 마음이 일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그렇게 일에 붙들린 마음이 지친 상태를 오래 남긴다고 설명하는 관점이 있습니다.⁴ 몸은 집에 와 있는데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내일 할 일의 목록을 넘기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시면 쉽습니다. 그러니 복귀 첫 주에 필요한 것은 속도를 두 배로 올리는 일이 아닐 수 있어요. 회복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루의 끝을 지켜주는 일에 더 가까울 수 있거든요.
복귀 첫 주의 회복 루틴
오래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무거운 무게를 들지는 않잖아요. 마음의 근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휴 뒤 첫 주에는 거창한 계획보다 몸과 마음이 따라올 수 있는 크기의 루틴이 도움이 됩니다.
세 가지를 나눠볼게요.
하나, 복귀 첫 아침의 첫 행동 하나를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이렇게 한다'의 형태로 정해보세요.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만 세우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지를 이렇게 미리 묶어두면 행동을 시작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⁵ 예를 들어 자리에 앉으면 오늘 꼭 할 일을 세 줄만 적는다처럼요. 첫 행동이 정해져 있으면 무거운 아침에 무엇부터 할지 고민하는 데 드는 힘을 아낄 수 있습니다.
둘, 잠드는 시간보다 일어나는 시간을 먼저 제자리로 돌려보세요. 밤에 억지로 일찍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아 오히려 뒤척이는 시간만 길어지기 쉽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각을 평소대로 맞추고 창을 열어 잠깐이라도 햇빛을 쐬어보세요. 몸의 시계는 그렇게 며칠에 걸쳐 조금씩 달력을 따라오곤 합니다.
셋, 퇴근 뒤 하루를 닫는 짧은 의식을 만들어보세요. 집에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은 뒤 몇 분 동안 숨을 천천히 내쉬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느린 호흡을 다룬 연구 15편을 모아 살펴본 한 고찰에서는 천천히 숨 쉬는 연습이 몸을 쉬게 하는 신경계의 활동과 관련된 지표를 높이고, 편안함과 이완감은 늘리며 각성과 불안은 줄이는 쪽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⁶ 제주의 저녁 바람을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걷는 것도 좋은 의식이 될 수 있어요. 앞서 본 연구처럼 퇴근 뒤 긴장을 내려놓는 시간이 쌓일수록 연휴가 남긴 회복도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연휴 뒤의 무거움은 여러분이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쉬는 동안에도 누군가를 챙기고 먼 길을 오가며 애써온 몸과 마음이 이제야 숨을 고르는 중일 수 있어요. 몸의 시계가 달력을 따라잡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넉넉히 허락해주는 것도 회복의 한 부분입니다. 옆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여러분의 속도로 한 걸음씩 돌아오셔도 괜찮습니다.
첫 주의 끝자락에는 그 주에 해낸 일을 하나만 적어보세요. 알람을 듣고 일어난 일, 미뤄둔 메일 하나를 보낸 일처럼 작은 것이어도 충분합니다. 느리게 돌아온 것 같아도 그 걸음을 옮긴 사람은 여러분 자신이거든요. 혹시 몇 주가 지나도 무거움이 잘 걷히지 않는다면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눌 사람을 곁에 두셔도 좋겠습니다.
이번 연휴도 참 애쓰셨습니다.
참고문헌
- de Bloom, J., Kompier, M., Geurts, S., de Weerth, C., Taris, T., & Sonnentag, S. (2009). Do we recover from vacation? Meta-analysis of vacation effects on health and well-being. Journal of Occupational Health, 51(1), 13-25. https://doi.org/10.1539/joh.K8004
- Wittmann, M., Dinich, J., Merrow, M., & Roenneberg, T. (2006). Social jetlag: Misalignment of biological and social time.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3(1-2), 497-509. https://doi.org/10.1080/07420520500545979
- Kühnel, J., & Sonnentag, S. (2011). How long do you benefit from vacation? A closer look at the fade-out of vacation effect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2(1), 125-143. https://doi.org/10.1002/job.699
- Sonnentag, S., & Fritz, C. (2015). Recovery from job stress: The stressor-detachment model as an integrative framework.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6(S1), S72-S103. https://doi.org/10.1002/job.1924
- Gollwitzer, P. M. (1999). Implementation intentions: Strong effects of simple plans. American Psychologist, 54(7), 493-503. https://doi.org/10.1037/0003-066X.54.7.493
- Zaccaro, A., Piarulli, A., Laurino, M., Garbella, E., Menicucci, D., Neri, B., & Gemignani, A. (2018). How breath-control can change your life: A systematic review on psycho-physiological correlates of slow breathing.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12, 353. https://doi.org/10.3389/fnhum.2018.0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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