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숨이 막혀오는 감각은 몸이 고장 난 신호라기보다, 위험을 감지한 신경계가 과하게 켜진 상태일 수 있습니다. 그 감각을 위험으로 읽지 않는 연습에서 회복은 시작됩니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세차게 뛴 적이 있으신가요. 이너프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그런 몇 분을 겪고 응급실까지 다녀왔는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은 분이 적지 않습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안심이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막막해지죠. 몸은 멀쩡하다는데 나는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질문만 덩그러니 남거든요. 그 질문 앞에서 스스로를 유난스럽다고 몰아세우는 분도 참 많습니다.
이 글은 진단을 내리는 글이 아닙니다. 그 몇 분 동안 몸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여러분이 자기 몸에서 일어난 일을 조금 덜 무섭게 이해하도록 곁에서 거드는 글에 가깝습니다.
숨이 막히는 순간 몸에서 벌어지는 일
우리 몸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알아서 돌아가는 조절 장치가 있습니다. 말이 좀 어렵죠? 쉽게 설명하면 심장 박동이나 호흡처럼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는 기능을 관리하는 스위치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이 스위치에는 몸을 긴장시켜 대비하게 만드는 쪽과 몸을 가라앉혀 쉬게 만드는 쪽이 함께 붙어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간격의 미세한 변화를 살펴본 한 개관 연구는 이 두 쪽의 균형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기울어지는지를 정리하고 있어요.¹ 숨이 막혀오는 순간은 대비하는 쪽 스위치가 갑작스럽게 세게 올라간 상태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생깁니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평소보다 더 빠르고 얕게 숨을 많이 쉬고 있는 경우가 흔하거든요. 숨을 과하게 쉬면 몸 안의 이산화탄소가 줄고, 그러면 어지럼과 손발 저림, 가슴이 조이는 느낌이 뒤따릅니다. 그래서 더 크게 들이마시려 애쓸수록 증상이 오히려 또렷해지는 일이 벌어져요. 불안을 살펴보는 대표적인 자기보고식 질문지 하나가 스물한 개 문항 가운데 상당수를 손발 저림, 어지러움, 심장 두근거림, 숨쉬기 어려움 같은 몸의 감각으로 채워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² 불안은 생각보다 훨씬 먼저 몸의 언어로 말을 겁니다.
이 경험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저만 이런 것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분을 정말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숫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줘요.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국가 조사에서 성인 9,282명을 면담한 결과, 평생 한 번이라도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이 28.3%로 나타났습니다.³ 2006년에 발표된 이 조사대로라면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살아가는 동안 그 몇 분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한 번의 발작이 곧 질환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다만 여러분이 겪은 그 순간이 유난스럽거나 나약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감각을 위험으로 읽는 마음의 습관
심리학자 데이비드 클라크(David M. Clark, 1986)는 공황이 왜 그토록 빠르게 치솟는지를 설명하면서 파국적 해석(catastrophic misinterpretation) 이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⁴ 몸에서 올라온 평범한 감각을 곧 닥칠 재앙의 신호로 읽어내는 마음의 습관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두고 심장이 멈추려 한다고 읽거나, 어지러움을 두고 이제 곧 쓰러진다고 읽는 식입니다. 그렇게 읽는 순간 몸은 한층 더 긴장하고, 긴장한 몸은 더 강한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감각과 해석이 서로를 키우는 고리가 불과 몇 분 만에 완성되는 겁니다.
센터를 찾은 한 분은 중요한 회의를 앞둔 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숨이 얕아지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스치듯 지나가던 감각이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문이 열릴 때까지 벽을 짚고 서 있어야 할 만큼 커졌어요. 상담실에서 그분은 "숨이 막히면 이러다 정말 죽는 거 아닌가 싶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서둘러 반박하지 않고 오래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이 처음 찾아온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되짚어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어요.
반대로 어떤 분은 똑같은 두근거림을 두고 커피를 좀 많이 마셨나 보다 하며 지나갑니다. 감각의 크기가 달라서가 아니라 그 감각에 붙이는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숨이 막혀오는 경험은 여러분의 의지가 약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몸이 보낸 신호를 어떤 문장으로 번역해왔는지의 문제에 더 가까울 수 있거든요.
그 몇 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
숨이 막혀오는 그 순간에는 두 가지만 기억하셔도 충분합니다.
먼저 숨입니다. 더 크게 들이마시려 애쓰는 대신 내쉬는 숨을 길게 가져가보세요.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이 길어질 때 몸을 가라앉히는 쪽 스위치가 조금 더 켜집니다. 넷을 세며 들이마시고 여섯을 세며 내쉬는 정도면 충분해요. 숨이 부족한 게 아니라 오히려 과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시면 이 방향이 덜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그다음은 뒷문장입니다. 지금 심장이 빨리 뛰고 있다는 사실까지만 두고, 그래서 큰일이 난다는 뒷문장을 잠시 붙이지 않는 연습이에요. 감각을 없애려 애쓰는 게 아니라 해석을 잠깐 미뤄두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감각과 해석이 서로를 키우던 고리가 조금 헐거워집니다.
그 몇 분이 지나간 뒤에
발작이 지나간 뒤에 남는 숙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에요.
회피는 당장의 안전감을 줍니다. 대신 두려움의 영역을 조금씩 넓히는 쪽으로 작동해요. 엘리베이터를 피하면 다음에는 계단이 있는 건물만 고르게 되고, 그다음에는 외출 자체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회복의 방향은 그 자리를 아주 조금씩 다시 밟아 보는 쪽에 있습니다.
혼자 하기 어렵다면 함께 하는 방법도 있어요. 공황을 겪는 성인 312명을 대상으로 한 무선 배정 연구에서는 생각과 행동을 함께 다루는 상담이 약물치료에 견줄 만한 효과를 보였고, 치료가 끝난 뒤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보고되었습니다.⁵ 오늘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방향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몸을 다시 믿게 되기까지
숨이 막혀오는 순간은 몸이 여러분을 배신한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지키려던 장치가 조금 과하게 작동한 결과에 가까울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감각을 혼자 견디면서도 출근을 하고 웃고 일상을 지켜온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 자체가 여러분이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혹시 그 애씀이 너무 오래되어 스스로에게 인색해졌다면 잠시 기억해보세요.
참고문헌
- Shaffer, F., & Ginsberg, J. P. (2017). An overview of heart rate variability metrics and norms. Frontiers in Public Health, 5, 258. https://doi.org/10.3389/fpubh.2017.00258
- Beck, A. T., Epstein, N., Brown, G., & Steer, R. A. (1988). An inventory for measuring clinical anxiety: Psychometric propertie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6(6), 893–897. https://doi.org/10.1037/0022-006X.56.6.893
- Kessler, R. C., Chiu, W. T., Jin, R., Ruscio, A. M., Shear, K., & Walters, E. E. (2006). The epidemiology of panic attacks, panic disorder, and agoraphobia in the National Comorbidity Survey Replication. 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63(4), 415–424. https://doi.org/10.1001/archpsyc.63.4.415
- Clark, D. M. (1986). A cognitive approach to panic. Behaviour Research and Therapy, 24(4), 461–470. https://doi.org/10.1016/0005-7967(86)90011-2
- Barlow, D. H., Gorman, J. M., Shear, M. K., & Woods, S. W. (2000). Cognitive-behavioral therapy, imipramine, or their combination for panic disorder: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83(19), 2529–2536. https://doi.org/10.1001/jama.283.1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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