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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7일/심리상담

어른 ADHD일 수 있습니다: 게으름이 아니라 실행 기능의 신호

자꾸 잊어버리고 끝맺지 못하는 나, 정말 의지가 약한 걸까요. 어른 ADHD를 실행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풀고 스스로를 덜 미워하는 길을 함께 찾는 글. 박사 김기현.

#마음 이해하기#심리상담#자기이해#성인 ADHD#실행 기능

자꾸 잊어버리고, 물건을 잃어버리고,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른 ADHD는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실행 기능과 관련된 어려움입니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ADHD를 의심하게 되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너프심리상담센터에도 "제가 너무 게을러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조심스레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이 찾아오세요. 어릴 때는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어른이 되어 책임이 늘어나면서 삶이 자꾸 어긋난다고 느끼는 겁니다.

이 글에서는 어른 ADHD를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왜 어른이 되어서야 더 드러나는지, 확인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지금 스스로를 위해 해볼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차근차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게으름이 아니라 실행 기능의 문제

상담을 하다보면요. "저는 왜 이렇게 기본이 안 될까요"라는 말을 참 자주 듣습니다. 해야 할 일을 알면서도 손이 움직이지 않고, 중요한 서류를 어디 뒀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고, 대화 도중 방금 하려던 말을 놓쳐버리는 일이 반복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자기 자신을 탓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조금 다른 눈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목표를 향해 생각과 행동을 조율하도록 돕는 정신 능력을 가리킵니다. 충동을 멈추는 힘, 정보를 잠시 붙들어 두는 힘, 상황에 맞게 방향을 바꾸는 힘이 여기에 속하죠.¹

우리 뇌 안에서 지휘자 역할을 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지휘자가 잠시 한눈을 팔면 아무리 좋은 연주자들이 모여 있어도 소리가 엉키기 마련이잖아요. ADHD가 있는 분들의 어려움도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지휘자의 손끝이 자꾸 흔들리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레이크가 헐거운 마음

조금 더 들어가 볼게요. 심리학자 러셀 바클리(Russell Barkley)는 ADHD의 핵심을 주의력 자체보다 하고 싶은 반응을 잠시 멈추는 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² 멈추는 힘이 약하면 그 뒤에 이어져야 할 계획 세우기나 감정 조절 같은 능력들도 제 힘을 내기 어렵다는 관점이에요.

저는 이 개념을 브레이크에 비유하곤 합니다. 성능 좋은 엔진을 달고 있어도 브레이크가 헐거우면 원하는 자리에 멈춰 서기가 참 어렵잖아요. 떠오른 생각을 바로 말해버리고, 눈앞의 재미난 일로 마음이 쏠려 정작 급한 일을 놓치는 것은 사람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멈추는 힘이 약해서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 헐거움 때문에 늘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일을 끝냅니다. 반대로 어떤 분은 멈추지 못하는 힘이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해요. 겉모습은 정반대처럼 보여도 뿌리에는 같은 조절의 어려움이 자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실행 기능만으로 ADHD가 다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이 관점을 검증한 연구자들 스스로도 실행 기능의 어려움이 ADHD의 필요조건도 충분조건도 아니라고 정리했어요.⁴ 검사에서는 별문제가 없는데 일상은 계속 어긋나는 분들도 계십니다. 보상을 기다리는 힘, 시간을 가늠하는 감각, 감정을 다루는 방식까지 여러 갈래가 함께 얽혀 있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깝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더 드러나는 이유

ADHD는 흔히 아이들의 문제로만 여겨졌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성인 3,1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18세에서 44세 성인의 약 4.4%가 ADHD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³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어릴 때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일정을 챙겨주고 환경이 단순했기에 어려움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어른이 되어 스스로 관리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헐거운 브레이크가 더 자주 문제를 일으켜요. 직장, 육아, 인간관계처럼 여러 일을 동시에 저글링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동안 버텨온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는 겁니다.

센터를 방문한 한 분은 회사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었습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일을 저만 못하는 것 같아서, 제가 한심하게 느껴져요"라고 하시더군요. 오랜 시간 자신을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으로 규정해온 그 마음의 무게가 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어쩌면 필요한 것은 더 큰 노력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새로운 언어였는지도 모릅니다.

어린 시절까지 함께 살피는 이유

성인 ADHD를 확인할 때는 지금의 어려움만 보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에도 비슷한 특성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피는 일이 중요해요. 학창 시절의 생활기록이나 가족의 기억을 함께 참고하기도 하고, 훈련된 전문가와 나누는 면담을 통해 오래전 일들을 차분히 되짚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ADHD가 대개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방식이 이제야 이름을 얻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확인의 과정은 낙인을 붙이는 절차가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지도를 그리는 일에 가깝습니다.

다만 자가 체크나 이런 글 한 편으로 스스로를 단정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비슷한 어려움은 우울이나 불안, 오랜 스트레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거든요. 스스로 살펴볼 만한 신호가 여럿 겹친다면, 전문가와 차분히 이야기 나눠볼 영역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지금 스스로를 위해 해볼 수 있는 것

확인 여부와 상관없이 오늘부터 자신을 조금 더 편하게 도울 방법이 있습니다. 세 가지를 함께 살펴보세요.

하나, 뇌 밖에 기억을 두세요. 머릿속으로 모든 일정을 붙들려 애쓰기보다 달력, 알림, 메모처럼 눈에 보이는 도구에 맡겨보세요. 정보를 붙들어 두는 힘이 약할 때 이런 외부 장치는 부족함을 메우는 지팡이가 되어줍니다.

둘, 큰 일을 잘게 쪼개세요. 멈추고 시작하는 힘이 약할 때는 시작 자체가 가장 큰 산입니다. "보고서 쓰기" 대신 "파일 열기"처럼 작은 첫 걸음으로 나누면 브레이크가 헐거워도 한 발을 뗄 수 있어요.

셋, 자신을 탓하는 말을 바꿔보세요. "난 왜 이것도 못하지" 대신 "지금 내 지휘자가 힘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구나"라고 말해주세요. 자기 비난은 에너지를 더 갉아먹지만, 이해의 언어는 다음 시도를 위한 힘을 남겨줍니다.

마무리하며

어른 ADHD는 의지의 문제도, 사람됨의 결함도 아닙니다. 뇌 안의 지휘자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뿐이에요. 그동안 남들처럼 해내려고 얼마나 애써왔을지, 그 애씀을 먼저 알아주고 싶습니다.

혹시 오랫동안 자신을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왔다면, 오늘만큼은 그 판단을 잠시 내려놓아 보세요. 당신은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아직 다 찾지 못했을 뿐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참고문헌

  1. Diamond, A. (2013). Executive funct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135-168.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113011-143750

  2. Barkley, R. A. (1997). Behavioral inhibition, sustained attention, and executive functions: Constructing a unifying theory of ADHD. Psychological Bulletin, 121(1), 65-94. https://doi.org/10.1037/0033-2909.121.1.65

  3. Kessler, R. C., Adler, L., Barkley, R., Biederman, J., Conners, C. K., Demler, O., Faraone, S. V., Greenhill, L. L., Howes, M. J., Secnik, K., Spencer, T., Ustun, T. B., Walters, E. E., & Zaslavsky, A. M. (2006). The prevalence and correlates of adult ADHD in the United States: Results from the National Comorbidity Survey Replication.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3(4), 716-723. https://doi.org/10.1176/ajp.2006.163.4.716

  4. Willcutt, E. G., Doyle, A. E., Nigg, J. T., Faraone, S. V., & Pennington, B. F. (2005). Validity of the executive function theory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 meta-analytic review. Biological Psychiatry, 57(11), 1336-1346. https://doi.org/10.1016/j.biopsych.2005.02.006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상담사와 함께 정리해보세요.


본 글은 정보 제공 및 교육 목적입니다. 개별 사례의 의학적·심리학적 진단 또는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 상황은 전문가의 직접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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